생활과 묵상-11월 26일(토요일)

오늘의 말씀 : 루가 21:34-36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 날이 갑자기 닥쳐올지도 모른다. 조심하여라.
그 날이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덫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앞으로 닥쳐올 이 모든 일을 피하여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오늘의 말씀
그날이 갑자기 닥쳐올지 모른다. 조심하여라.

오늘의 묵상 : 정말, 그날이 갑자기 왔습니다.

젊은 날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흥청망청 산 것은 아닐 텐데 육십 대가 넘어서면서 훨씬 더 민감하게 시간의 소중함과 세월의 덧없음을 함께 느낍니다. 젊은 날도 나름으론 진지하게 산다고 살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흥청대고 먹고 마시는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대처하느라 큰 노력을 들였고 괜한 ‘오기와 집착을 부렸다.’라고 자책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날’이 갑자기 닥쳐왔습니다. ‘아직도 많이 남았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거울 속에 육십 대 초로의 낯선 사람을 대면하였습니다. 마음으로는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늙음’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세월은 어김없이 나의 나이와 육체의 노쇠를 깨우쳐 줍니다. ‘너는 이제 노인의 대열에 들어 섰다!’ 인생의 젊은 날은 지나갔다! 오후의 햇살이 기울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자각이 서서히 온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왔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시간’과 ‘육신의 시간’의 부조화를 겪으며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는 아픈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로 ‘그날’이 덫처럼 들이닥쳤습니다.
‘그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여기 와서 보니’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핏대를 세우며 흥분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도의 시간이 저의 에고(ego)를 줄이고 하느님의 영이 저를 더 많이 이끄시도록 하는 자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기도의 열매로 사랑이 자라고 평화가 증진되는 기쁨을 더 많이 맛보았어야 했습니다. 연민의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을 품었어야 했던 겁니다. 또 다시 이런 마음이 되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더 사랑으로 살길 기도 합니다.

오늘의 기도
주님, 매일 매일을 창조의 새날로 살게 하여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