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성찬례

감사성찬례

 

1. 감사성찬례란?

감사성찬례(유카리스트 Eucharist)는 그리스도교 예배의 출발이자 기초요 핵심입니다. 현대의 그리스도교 예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의 기도와 전례가 있지만 언제나 그 모든 것들에 기원을 제공하고 핵심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감사성찬례였습니다. 감사성찬례는 “주님의 만찬Lord’s Supper”, “거룩한 공동체 Holy Communion”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나 천주교(로마 가톨릭)에서는 이것을 ‘미사’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지만 이것은 초대교회부터 그들이 전수받은 유대인 예배생활의 관습을 발전시켜 형성한 그리스도교 예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 예배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행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것은 단지 식사를 하기위함만은 아니었지만 식사를 그들의 모임과 예배에 필수적인 요소로 포함시켰기 때문에 ‘거룩한 식사’가 된 것입니다.

거룩함은 감사성찬례의 중심 성격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신앙을 공동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예배입니다. 자신들의 생활을 돌아보고 예수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기억하며 성령 하느님과 지금 여기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감사성찬례라는 예배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 감사성찬례의 예배를 통해 하느님과 연결되고 성도들과 연결됩니다. 이것이 거룩함의 본질입니다.

공동체와 나눔은 감사성찬례의 기본적 요소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되 혼자 만나는 것 이외에 사람들과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하심과 함께하심을 확인하는 것이 감사성찬례의 기본요소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통하여 그들의 생각과 삶을 나누고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음으로써 하느님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또 이것은 그들이 세상에서 건설하려고 하는 하느님 나라의 모형이 되는 것입니다.

감사성찬례는 하나의 집회나 예식순서가 아니라 그들이 바라는 하느님의 나라를 그 안에서 발견하고 확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감사란 바로 이러한 하느님 나라를 바라보는 각 신자들의 마음 속에 경험된 하느님 나라를 투사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2. 감사성찬례와 신자들의 신앙생활

감사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삶에서 실천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행위입니다. 감사성찬례는 그리스도교인들의 ‘전례행위 leitourgia’라고 하는데 이 말은 그리스도교인들이 ‘수행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의무와 같은 것이지만 그것은 ‘예배에 참여하는 의무’라는 식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수행하는 실천 과제나 목표 같은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교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성령의 선물을 거저 받았습니다. 그 선물은 그들의 삶에서 선물로 나누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받은 것을 주는 그리스도교 신자생활은 신자가 되기 이전의 삶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는 성령의 선물로 받는 갖가지 달란트를 자신의 분수에 맞게 받아 나누어 주는 생활로 전환된 삶을 살아갑니다. 그것은 예수께서 보여주셨던 모범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인들은 섬기는 사람으로서 예배행위에 참여합니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교인의 의무인 것입니다. 이 섬기의 의무를 ‘전례, 레이투르기아’라고 합니다.

 

3. 감사성찬례의 구조와 기능

1) 들음과 찬송

감사성찬레는 다양한 미적 요소로 가득채워져 있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집단적 신앙과 삶의 표현양식입니다. 예배는 삶의 의례적 요소를 생활화한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요소만 가지고는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생활 한가운데서 예배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늘 예배로 들어오고 예배에서 파송되어 갈 때 새로움으로 자신의 삶의 자리로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기능을 위해서 감사성찬례에서 꼭 필요한 것은 들음과 찬송입니다. 우리는 예배에 하느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참여합니다. 하느님 말씀은 성서의 낭독과 설교, 그리고 침묵 가운데 귀를 기울여 집중하므로써 듣게 됩니다. 들음의 기능에 강조점이 있기 때문에 감사성찬례의 행위들은 행위자가 아니라 참석자들에게 봉사하는 의미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성서를 낭독할 때 듣는 청중들의 입장에서 행해야 하며, 설교를 하는 것도 청중들이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설교가 되어야 합니다. 침묵의 시간은 들음의 기능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전체 예배는 물흐르듯이 흘러가지만 침묵과 멈춤의 시간은 그 흐름에 힘과 리듬을 주어 활기찬 예배로 만들어 줍니다.

또 감사성찬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찬송입니다. 찬송은 “비파와 거문고로..” “나팔소리 피리 소리로…” “소고를 치며 춤을 추며” 등 시편의 표현처럼 다양한 악기와 춤으로 표현된 하느님 찬양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노래를 통해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이 모든 찬양은 하느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며 동시에 우리 인간의 실존을 주님께 드리어 구원의 과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실존적 울부짖음과 흐느낌, 기쁨과 웃음을 그냥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찬양함으로 정화하여 표현하는 것입니다.

 

2) 나눔

감사성찬례는 성도들의 교제, 성도들의 모임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예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을 봉헌함으로써 나눔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자신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선물로서 물질을 봉헌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담은 물질로는 쌀이나 빵같은 생필품은 물론이요 꽃이나 향기 등 삶을 풍성하게 하는 미적 요소를 고양시키는 물질도 포함됩니다. 또 돈은 우리의 삶의 가장 중요한 수단을 봉헌하는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분수에 맞게 하되 우리의 삶에 충분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과 소유를 나눈다는 것은 감사의 표현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삶을 살게 된 것 자체를 나누고 감사하는 표현을 감사성찬례에서 하게 됩니다.

 

3) 섬김

감사성찬례에 참여하는 모든 그리스도교인은 자기 자신의 은혜와 구원 뿐 아니라 이웃들과 만나고 그들이 하느님의 은혜를 받도록 배려하고 안내하는 봉사자입니다. 감사성찬례는 봉사(service)라는 이 사실은 우리가 섬김을 통해 은혜를 받는 최고의 표현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성찬례에서 우리는 섬김의 아름다움과 은혜를 풍성하게 누립니다. 참여하는 것도 배려와 섬김이요 찬송하는 것, 성서를 읽고 듣는 것, 집전자의 이끄심에 응답하고 함께 하는 것 모두가 섬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옆에 있는 동료 그리스도교인을 하느님이 나에게 보낸 천사로서 알고 그를 섬기는 기회를 감사성찬례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4) 친교

감사성찬례에서 모든 그리스도교인은 하느님을 만나고 이웃을 만납니다. 이 만남은 화해의 만남입니다. 이전까지의 왜곡되고 상처입은 관계가 이 만남을 통해 치유됩니다. 관계의 치유란 친교에서 경험되는 가장 감명깊은 차원입니다. 감사성찬례에서 우리는 내 눈에 보이는 이웃들과 친교를 나눔과 동시에 하늘에 있는 모든 성도들과 함께 친교를 나눕니다. 이 친교는 성령의 활동하심 가운데서 누리는 선물입니다. 성령의 파동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우리에게 생기를 주심과 동시에 우리가 다른 사람과 그 생동감으로 하나가 되게 하십니다. 이렇게 해서 친교와 우정을 통한 연대가 감사성찬례를 통해 확인됩니다. 그래서 서로 다투거나 싸우는 원수는 감사성찬례를 통해 서로 친구가 되는 길을 발견하게 되고 이 감사성찬례를 통해 둘다 새로운 인격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5) 파송

감사성찬례는 그리스도교인들이 머무는 안식처가 아닙니다. 감사성찬례는 인생의 여러 가지 굽이길에서 만나는 오아시스 같은 위치입니다. 이러한 오아시스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지나온 길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그곳에서 더럽혀졌던 몸과 마음을 씻고 쉼을 얻은 다음 새로운 힘으로 다음 여정을 출발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마음과 기분으로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감사성찬례에서 이러한 새출발을 파송이라고 합니다. 감사성찬례에서 만난 하느님께서 우리를 새로운 여정으로 파송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파송의 순간을 중시했던 중세에서 감사성찬례를 ‘미사’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미사는 “가라!(Dismissal/Ite missa est!)”에서 온 말입니다. 감사성찬례의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중세 가톨릭은 감서성찬례를 대체하는 별명으로 ‘미사’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파송을 받은 감사성찬례 참여자들은 세상과 자기 자신의 삶으로 파송받은 선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4. 감사성찬례, 치유와 구원의 힘

감사성찬례는 사람을 치유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곧 구원의 힘입니다. 감사성찬례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되돌아보고 거기에서 받은 상처와 그것으로 인한 왜곡된 삶의 모습을 바로잡는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감사성찬례를 통해 치유받고 우리를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게 하여 그리스도 안에 머물도록 하는 여정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감사성찬례는 세례를 통해 변화된 삶의 변화를 일상생활에서 확인하고 그로 인한 은혜를 누리는 순간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감사성찬례에 참여하는 순간 순간들로 이루어진 구원의 여정은 우리를 마지막 구원의 종착역까지 인도하는 이정표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인의 구원의 여정 뿐 아니라 사회적 치유와 구원을 위한 사람들의 연대의 힘 한 가운데 감사성찬례가 존재합니다. 19세기 영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투신한 사제들은 감사성찬례 하나만을 믿고 허물어져가는 오두막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드리는 감사성찬례를 통해 사회의 모순으로 인한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원하였습니다. 이들의 영혼을 구원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사회적 힘을 부여하여 사회적으로 구원을 선포하는 예배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감사성찬례는 그들에게 위안을 줌과 동시에 그들을 사회적 변혁의 한가운데 서도록 힘을 주는 예배입니다. 거리에서 노숙자들과 함께 드리는 감사성찬례의 거룩한 힘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사람들 한 가운데로 오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