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묵상-11월 20일(왕이신 그리스도주일)
오디오 말씀
오늘의 말씀 : 루가 23:33-43
해골산이라는 곳에 이르러 사람들은 거기에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고 죄수 두 사람도 십자가형에 처하여 좌우편에 한 사람씩 세워놓았다.
예수께서는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하고 기원하셨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자들은 주사위를 던져 예수의 옷을 나누어가졌다.
사람들이 곁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 동안 그들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보고 “이 사람이 남들을 살렸으니 정말 하느님께서 택하신 그리스도라면 어디 자기도 살려보라지!” 하며 조롱하였다.
군인들도 또한 예수를 희롱하면서 가까이 가서 신 포도주를 권하고 “네가 유다인의 왕이라면 자신이나 살려보아라.” 하며 빈정거렸다.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 사람은 유다인의 왕’이라는 죄목이 적혀 있었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죄수 중 하나도 예수를 모욕하면서 “당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오?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다른 죄수는 “너도 저분과 같은 사형 선고를 받은 주제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가 한 짓을 보아서 우리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저분이야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하고 꾸짖고는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는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오늘의 말씀
당신도 살리고 우리도 살려보시오!
오늘의 묵상 : 팬데믹 이후 나의 예수님은
매년 사순절 성 금요일에 만났던 본문과 사뭇 다르게 오늘 본문을 읽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르며 해골산에 다다른 것과 달리 해골산을 제 삶의 현장으로 옮겨봅니다. 잠시 최근 읽고 있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언급된 소크라테스의 사형집행일이 떠올랐습니다. 천천히 제가 어느 위치에서 예수의 십자가형을 바라보는지 살펴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을 못한채 두리번거리는 나의 모습. 예수가 누구인지도 몰라 사람들에게 묻지만 그들이 설명하는 예수를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들어 십자가 위 예수를 바라봅니다. 예수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억울함, 불공평함, 불안과 두려움까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예수께 땅바닥에 앉아서 살려달라고 소리칩니다. 여전히 상황 파악을 회피합니다. 제가 지금껏 주님의 이름을 외쳐대는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 어깨의 모든 짐을 주님의 십자가에 얹으라는 듯 자애로운 눈빛을 보여주십니다.
팬데믹 동안 깊이 숨겨놓은, 아니 제 신앙생활 내내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십자가 위 예수를 만나고 싶습니다. 안개 낀 숲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지금, 주님의 자비를 빌어봅니다.
오늘의 기도
팬데믹은 끝을 향해 가는데 저는 주님 향해 가는지, 제 발길을 인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