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묵상-11월 24일(목요일)

오늘의 말씀 : 루가 21:20-28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 도시가 파멸될 날이 멀지 않은 줄 알아라. 그 때에 유다에 있는 사람들은 산으로 도망가고 성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곳을 빠져 나가라. 그리고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성안으로 들어가지 마라. 그 때가 바로 성서의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다. 이런 때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은 불행하다. 이 땅에는 무서운 재난이 닥칠 것이고 이 백성에게는 하느님의 분노가 내릴 것이다.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질 것이며 포로가 되어 여러 나라에 잡혀갈 것이다. 이방인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 예루살렘은 그들의 발 아래 짓밟힐 것이다.”
“그 때가 되면 해와 달과 별에 징조가 나타날 것이다. 지상에서는 사납게 날뛰는 바다 물결에 놀라 모든 민족이 불안에 떨 것이며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올 무서운 일을 내다보며 공포에 떨다가 기절하고 말 것이다. 모든 천체가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에 사람들은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너희가 구원받을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

오늘의 말씀
구원받을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

오늘의 묵상 :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려놓는 시간

기상이변에 세계 곳곳에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죽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혹독했던 여름이 물러가고 알알이 맺힌 열매로 풍성하던 황금들녘도 텅 비었습니다. 붉게 물들던 단풍은 땅에 떨어져 나뒹굴고, 파란 하늘은 차츰 잿빛 그림자가 드리워 차마 마주보기 눈이 시립니다. 한데 어찌하여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는 계절’에 주님은 ‘구원받을 때’를 얘기하시는지요.
거기다 이른 봄부터 불편하던 몸 한쪽은 해가 다 기우는데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앉아 있는 것도 힘이 들어, 장시간 차를 타고 움직이거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려면 두려움이 앞 섭니다. 하여 위축된 일상은 종일 몸에 묶여 우울하고, 온통 신경이 통증 부위에 가 있습니다. 그러다 언뜻 정신을 차려 주를 바라보면 ‘지금이 바로 구원의 때’라 하시나 희망과 위로도 잠시뿐입니다. 하여 오늘도 내게 ‘구원’이란 무얼까 곰곰이 생각하다 이십분을 채 앉아있지 못하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아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무것에도 저항할 수 없는 자세로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긴장과 분심이 사라지고 고요한 정적이 찾아와 하느님을, 숨결을 가까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기도
주여 저의 모든 것을 받으시고, 제겐 아무것도 남기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