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가 선교 협력을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1983년의 첫걸음을 시작으로 양 교회는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서로의 이해를 넓혀왔다.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교회는 단순한 종교적 교류를 넘어, 동아시아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연대의 여정을 함께했다.
1980년대, 협력의 시작: 이해와 존중의 기반 구축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의 협력은 1983년 일본성공회 선교세미나 준비 모임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양국 교회의 관계가 제도적으로 강화된 것은 1984년 첫 한일 선교세미나에서였다. 이 세미나는 한국과 일본 성공회가 서로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 세미나는 ‘상호 이해’를 주제로 일본 키카와와 이치로 주교와 김성수 주교가 주요 인사로 참여하며 양국 교회 간의 신뢰를 쌓아나갔다. 이후 1985년과 1987년에 열린 추가 세미나에서는 ‘저는 주님께 죄를 지었습니다-양국성공회의 역사를 돌아보며’라는 주제로 서로의 역사를 나누고 함께 이해하며 역사에 남겨진 상처를 보듬었다. 1987년 민주화선언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 사건은 양국 성공회의 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배경에서 열린 1988년 세 번째 한일 선교세미나는 ‘교회 성장과 사회정의의 관계’라는 주제를 통해 세상을 향한 교회의 역할과 사명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기도하는 참가자들 (사진 제공: 교무원)
1990년대, 협력의 확장과 다양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두 교회의 협력은 더욱 다각화되었다. 1993년 대한성공회 관구 설립 이후, 양 교회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졌으며, 1995년부터는 한일 청년 워크캠프를 통해 두 나라의 청년들이 직접 교류하며 서로의 문화와 신앙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특히, 이 시기의 캠프는 평화와 정의, 생명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단순한 교류를 넘어서 양국 청년들에게 신앙적 가치와 사회적 정의에 대한 고민을 나눌 기회를 제공했다. 1996년 일본성공회는 제49회 총회에서 ‘일본성공회의 전쟁책임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걸음 나아갔다. 이 선언은 양국의 교회가 과거의 상처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선언을 기반으로 1997년 히로시마와 구레, 간사이에서 열린 청년 교류 캠프는 ‘평화와 일치’를 주제로 하여 양국의 청년들이 과거 전쟁의 상흔과 화해의 의미를 직접 체험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갈등을 넘어서 화해와 평화를 향한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행사로 평가받았다.
2000년대, 평화와 화해의 사명: 동아시아 공동체로의 발돋움
2000년대 들어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의 협력은 동아시아 평화와 화해라는 더욱 폭넓은 주제로 발전했다. 2001년에는 한일협동위원회가 『안녕하세요! 한·일·재일』이라는 책자를 발간하여, 양국의 교회와 국민 간의 상호 이해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책자는 한국, 일본, 그리고 재일교포의 시각에서 바라본 신앙과 사회의 문제를 다루며,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한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데 기여했다. 2003년에는 ‘사람, 대지, 나눔’이라는 주제로 홋카이도에서 청년 교류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 문제와 평화, 생명 존중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교육을 통해 참가자들이 자연 속에서 신앙적 성찰과 실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어서 2007년, 세계성공회 평화대회(TOPIK)가 오키나와에서 개최되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성공회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본성공회 수좌주교를 포함하여 일본 주교단이 북한을 방문하여 평화의 씨앗을 심었다. 이 대회는 성공회가 단지 지역 교회를 넘어,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 기여해야 하는 사명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2010년대,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다: 역사적 갈등과 화해의 노력
2010년대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와 전쟁에 대한 역사적 갈등 문제가 재조명되었다. 2012년, 일본성공회는 하마나호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동아시아 각국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였으며, 이를 통해 대한성공회와의 우호 관계를 다시 확인했다. 같은 해에는 한일 성공회가 공동으로 3·1운동 100주년 기념 예배를 개최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위한 평화와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또한 2019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함께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예배가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열렸다. 이 예배는 동아시아 평화와 정의 실현에 대한 양국 성공회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평가되었으며, 같은 해 열린 한일 공동선언에서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강조하며, 양국의 교회가 함께 화해의 여정을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
2020년대, 새로운 전환점: 코로나-19와 협력의 재구성
2020년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양국 교회의 활동이 일시 중단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등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2020년부터는 모든 모임과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비대면 상황에서도 양국 성공회는 지속적인 소통을 유지하며 평화와 화해의 의지를 잃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는 한일 성공회가 미래의 협력을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가능성을 모색하게 했다. 2024년,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는 제주에서 4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하며 그간의 협력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논의했다. 이번 기념행사는 단순히 과거의 성과를 기리는 것을 넘어, 앞으로의 도전과제를 확인하고 양국 교회의 협력을 심화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특히 이번 기념대회에서 한일 협동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며, 양국 교회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정의 실현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으며, 양국의 우정을 상징하는 제주우정교회 피정의 집 축복식을 통해 앞으로의 협력을 위한 표지를 세웠다.
지난 40년간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의 협력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향한 여정이었다. 양국 성공회는 앞으로도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연대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40주년 기념을 통해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는 과거의 상처를 넘어 평화와 화해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이번 행사의 주요 주제였던 전쟁반대, 낮은 곳에서의 연대, 청년과 여성 모임의 활성화, 환경(몽골 성공회 숲)등을 24~25일 이어진 양국 주교원 회의에서 더 심도있게 다루었으며, 25년 2월 한일협력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로하였다. 대한성공회와 일본성공회가 앞으로도 동아시아에서 화해와 평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신앙과 사회적 책임을 통해 정의와 생명의 가치를 널리 전파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를 바란다.
<<기사원문>>
https://www.skh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