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복음 전도자로 부름 받았습니다”
– 대전교구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며 –

“우리는 복음 전도자로 부름 받았습니다.” (마태 28:19-20)
– 대전교구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며 –

김경현 스테파노 사제 / 교구설립 60주년 준비위원장

1890년 고요한 주교님이 제물포에 도착하여 선교의 씨앗을 뿌렸고, 1965년 한국인 주교의 서품과 함께 교구가 분할되었습니다. 성공회의 한국 선교 75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선교를 담당하는 서울교구와 당시 북한을 포함한 전 지역을 관할 하는 가운데 대전교구는 대한성공회 선교의 맥을 이어가며 선교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1대 대전교구장이셨던 김요한 주교님은 성공회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전을 선교의 중심지로삼으셨고, 1965년 5월 27일 대전교구가 설립되었습니다. 김요한 주교님은 대전주교좌성당을 중심으로 선교를 확장하고자 하였고, 선교의 큰 중심을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노력하여 함께 성장하는 교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김요한 주교님이 한국의 주교로 선택되신 것은, 오랜 일본의 식민 통치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교회를 재건하고 선교를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성공회 백년사” 참조)

선교 패러다임의 과감한 전환
김요한 주교님은 교구의 중심인 천안과 진천, 청주 지역의 교회가 더욱 굳게 설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대전을 교구의 거점으로 삼아 선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대전은 예나 지금이나 교통의 중심지이고 교류가 활발한 지역입니다. 당시 대전은 신생 도시로서 주목받지 못 하였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로 판단되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척박했지만, 대전의 중심에 부지를 매입하고, 미사를 봉헌하며 교구의 중심지로서의 선교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갔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과감한 시도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제 대전은 교구에서 가장 큰 도시로 그리고 주교좌성당이 위치한 곳도 재개발로 인한 급속한 인구의 유입 지역으로 성장했으니, 김요한 주교님의 선교적 결단이 빛을 발한 셈이 된 것입니다.

 


공동체와 참여의 신학
설립 다음 해인 1966년에 첫 번째 서품 후, 대전교구는 꾸준히 성직자를 배출해 왔습니다. 또한 교무구 조정을 통해 사목 체계를 정비하고, 교회를 신축하며 선교의 지평을 넓혀 갔습니다. 또한 사회선교에도 주의를 기울여 지속적으로 교회가 세상에서 해야 할 사명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김요한 주교님이 늘 강조하신 평신도의 소명과 헌신이라는 선교적 관점이 녹아 있습니다. 교회를 지키고 선교를 이루어 가는 모든 과정을 성직자와 신자들의 협력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 또한 성직자 중심의 교회에서 구성원이 함께 섬기는 교회로 가야 한다는 지표였습니다. 성공회가 지켜온 공동체와 참여의 교회론인 것입니다.

선교를 위해 같은 걸음으로
김요한 주교님의 사목 구상에 있어 주목할 것은 ‘청지기 운동’이었습니다. 청지기 운동의 기본신념은 모든 신자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신앙 고백에 있었습니다.
성직자와 신자 모두가 하느님 나라의 청지기로서 자신의 맡은 사명을 잘 감당할 때, 교회는 성장하고 선교의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이미 그 당시부터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이 세워졌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여러 방면으로 계획하고 논의하며 실행하려는 ‘적극적인 참여에 의한 모두의 사목’의 씨앗이 이미 그 당시부터 뿌려졌고, 싹이 트고 열매를 맺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만 놀랍고 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앙과 삶의 조화를 위하여
2025년 5월 25일은 대전교구가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선교 목표를 세운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복음의 전도자 즉 증인 된 삶을 살겠다는 다짐과 고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 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척박했던 1970년대에도 대전교구는 착실히 교회를 세웠고, 배두환 주교님 대에 주교좌성당 건축을 이루었으며(1975년) 선교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 갔습니다. 이후로도 대전교구는 성직자와 교구민들의 단합과 헌신으로 안정 가운데 조금씩 교회의 면모를 갖추며 성장하고 더욱 성숙한 교구로 지금까지 맡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선교로
교회는 성직자들로만 운용될 수 없습니다. 대전교구는 성직자만의 교회가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세례를 통해 (만인) 사제직을 받고 교회의 동역자로 부르심을 받았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2024년 11월 30일에 주교좌에서 열린 74차 교구의회에서는 교구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선교에 힘쓰기로 결의하였습니다.
교구설립 60주년이 되는 올해는 대전교구에서 다시 선교의 희망을 함께 품고 나누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대전교구장 김호욱 주교님은 무엇보다도 세상을 향해 교회가 올바로 서고, 제자로 삼으며 복음 전파에 모두가 힘을 합쳐 선교하는 교구가 될 것임을 천명하셨습니다.
아울러 5월 25일은 작년에 새로 축성한 대전주교좌성당의 1주년도 함께 기억합니다. 성당 건축을 위해 많은 분께서 마음을 모아 주셨고, 그분들의 이름을 명판에 새겨 기억하는 제막식도 가질 예정입니다. 주교좌성당은 성당 축성을 계기로 어머니 교회, 선교하는 교회, 녹색교회 그리고 안전한 교회가 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대전주교좌성당 부근이 재개발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고, 아름다운 성당 건축과 적극적인 SNS 홍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교회의 운용과 선교 프로그램을 위해 진작부터 주교좌성당은 교우들의 논의와 기도를 이어가며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다양함이 어우러지는 공동체
새로운 요구에 맞도록 대전교구는 각 교회의 특성에 맞는 선교적 모색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다양한 소그룹 활동을 통한 양육 모임의 활성화는 이제 시대적 대세가 되었습니다. 계층과 연령을 아우르면서 특화하는 맞춤형 선교전략과 영성 프로그램 또한 필요합니다.
신앙을 함께 나누고, 기도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앞으로는 성장할 것입니다.
살아있는 복음을 지향하며, 그리스도를 몸으로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또한 고백합니다. 신자와 성직자가 함께 걸으며,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감당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번 대전교구 설립 60주년 예식에서는 그동안 대전교구 교육원을 통해 훈련되고 양성된 평신도 사목자들에게 교구장 주교님께서 영대를 수여하는 예식을 거행합니다. 신자들의 결단과 헌신으로 교회의 큰 축을 담당하며, 소명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함께 하는 감격스러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전교구가 걸어왔던 길을 함게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을 마음 모아 결단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각자가 복음 지도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더 열정으로 섬기고 나누는 교회가 되기를 다짐해 봅니다. 함께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는 우리 대전교구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