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대성당에서의 특별한 여정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사임으로 대주교좌가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캔터베리 대성당에서의 연수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임 성직자와 성직을 준비하는 사목자들을 위한 캔터베리의 따뜻한 배려는 깊은 영감을 주었고, 이 특별한 프로그램에 성공회 성직자로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다.
처음 캔터베리에 도착했을 때 만난 이들의 따뜻한 환대는 마음을 따뜻하게 했고, 긴장을 녹여주었다.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한 이들을 위한 캔터배리대성당의 배려와 친절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15개국에서 참여한 성직자들과의 만남은 성공회공동체로서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의 배경에서도 성공회 신앙 안에 하나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연수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환경과 언어의 장벽 등 준비 과정의 여러 어려움은 때로는 벅차게 느껴지기도 했다. 매일 진행되는 성경공부와 세션, 그리고 토론의 시간은 영어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큰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점차 두려움을 극복하였고, 값진 경험과 큰 영감을 준 기억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과정은 가나, 케냐, 브룬디, 짐바브웨,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5개국에서 참가한 성직자들이 함께 성무일과에 참여하고 감사성찬례를 드리는 매일의 일정 가운데 성직에 임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연수 참여자들에게 제시된 각자의 사목적 과제라는 질문은 성공회공동체의 미션과 성공회의 역사, 교회법과 선교, 창조세계의 돌봄, 정의와 문화, 선교와 전도 등의 주제 안에서 성찰의 시간과 토론의 과정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인도되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다양한 사회와 문화 안에서 그리스도를 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회 성직자로서 서로 같은 소명과 가치 안에서 성직자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의 과정 중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중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던 국가기도회 중 마리안 버드 주교의 설교를 다시 묵상하고 토론했던 시간이었다. 마리안 주교의 설교를 듣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성직자의 사명과 사목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나갔다. 당시의 마리안 주교의 사목자로서의 소신, 한 개인으로서 느낄 감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목자의 자세 등의 대화를 통해 설교와 사목의 본질에 대하여 깊이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은 성직자로서의 사명을 돌아볼 수 있는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
성공회의 본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국의 캔터베리대성당에서의 연수의 시간과 교구의 지원으로 런던과 써덕교구의 교회를 함께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번 기회는 영국성공회의 유산들이 담고 있는 그 유구한 역사와 신앙의 전통을 직접 목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성당의 고풍스러운 건축과 이븐송을 포함한 다양한 전례 예식, 그리고 영국 그리스도교의 발전사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과의 연결을 상상하게 했다.
캔터베리의 연수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성공회의 신앙과 전통을 몸소 경험하고, 다양한 문화 안에 존재하는 성공회를 경험하며, 전 세계 성직자들과 깊이있는 신앙과 사목의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경험의 시간이었다. 비록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 살아가지 성직자들이 모여서 짧은 시간의 만남으로 모든 것을 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성공회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같은 성직자이며 하나라는 깨달음은 성직자로서의 소명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시간이었다.
캔터베리 연수의 시간과 그 도전은 성공회 성직자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한 특별한 기회였다. 캔터베리대에서의 경험은 성공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또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성직자로서 앞으로의 길에 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더 많은 성직자에게 배움과 영감의 기회로 이어지길 바란다.